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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람세스는 킹크랩을 먹는다 -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

by 파크라이터 2014.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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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

-람세스는 킹크랩을 먹는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2014)

Exodus: Gods and Kings 
7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시고니 위버, 벤 킹슬리, 아론 폴
정보
드라마 | 영국, 미국 | 154 분 | 2014-12-03
글쓴이 평점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글래디에이터>를 잇는 대서사 블록버스터!
형제에서 적이 된 두 남자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결!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크리스천 베일의 만남!

 

 

영화 역사상 가장 엄청난 스케일로 완성된, 제작과정 자체가 위대한 도전이었다는 스펙타클 대작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보고 왔습니다. 

 

엄청난 대작이라는 소문과 티비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예고편을 봐왔던 터라 저 또한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개봉일 아침 조조영화를 보러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상영중인 <인터스텔라>가 천만 돌파를 위한 행진을 계속해가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개봉 첫 주라 그런지 아직예매율  2위에 머물고 있네요. 과연 이번 주말이 되면 박스오피스 순위가 바뀔까요? (누적 관객수 말고 주간 관객수 기준으로라도 말입니다)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한 세대 아래 후배인 거장 크리스터퍼 놀란 감독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지, 그리고 앞지를 수 있을지 기대가 되지만.... 개인적으론 <인터스텔라>가 빨리 천만을 돌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군요.^^;
 
*<십계>와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

아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의 '출애굽기'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다고, 모세가 누군지 정도는 아마 다 알고 있을 겁니다. 이집트의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간 모세의 이야기. 

 

 

성경에 기록된 이위대한 이야기는 1956년 <십계 The Ten Commandments>란 영화로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재밌는 것은  <십계>를 만든 세실 B. 데밀 감독이 1923년에도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1956년에 다시 만든 것으로 나오네요. 한번 만들었던 영화를 다시 만들어서 그런지 캐스팅도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찰톤 헤스톤(모세스), 율 브리너(람세스)를 기용해서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만든 거 같습니다.

 

 

 

그리고 2007년도에도 <십계>라는 제목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기도 했네요. 하지만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세를 다룬 영화는 단연 1956년도 작품인 <십계>입니다. 어릴 적 티비에서 홍해가 갈라지던 장면을 볼 때의 그 전율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아무튼 모세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룬 영화는 1956년 이후 2014년에 이르러서야, 그러니까 거의 반세기만에 다시 만들어진 셈이네요. 불후의 명작인 <십계>처럼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도 불후의 명작에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요? 단언컨대, 그렇다라고 말하진 못하겠네요. 

 

(뭐,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불후의 명작은 <델마와 루이스>도 있고, <글래디에이터>도 있으니까 서운해하진 않겠죠. 제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스콧 감독이 알 리도 없을 테고 ㅎㅎ) 

*성경인듯 성경아닌 성경같은 이야기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성경에 나온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동화들도 마찬가지죠. 세상 사람들이 거의 다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땐 창작자로서 재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재해석에 대해서 대중들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우선 이번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보고나서 드는 전반적인 느낌은 성경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종교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화 홍보 문구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영화를 "형제에서 적이 된 두 남자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결!"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감독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가 모세이야기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스콧 감독이 좋아한 모세 이야기의 매력적인 부분은 아마도 모세의 인간적인 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 스케일에 따른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이기 때문에 얼핏 '기독교영화'로 비춰져서 관객이 많이 들지 않을까봐 걱정했던 것일까요?

 

 

 

물론 성경에 나온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해서 너무 종교적인 측면만 강조한다면, 대중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좀 애매합니다. 최대한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전쟁 영웅이야기처럼 만들려고 애쓴 의도가 다분히 보이기에 드는 불편함과 좀 생뚱맞음?  뭐, 그런 게 느껴지더군요. 노예를 해방시킨 영웅의 이야기는 <글래디에이터>에서 제대로 충분히 훌륭하게 보여주었는데, 기독교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모세에 대한 영화를 만들 때는 좀 더 종교적인 면을 다루어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적인 예로, 이 영화에서는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더군요. 그리고 하나님의 계시를 전해주는 메신저로 열살 남짓한 소년을 등장시킨 것은, 신의 한수가 아닌,' 감독의 삑사리'가 분명해보입니다. 그 아이가 나타날 때마다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는.... (성경에 나오는 대로 그냥 '불타는 나무'로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영화적이지 않았을까요?)

 

영화 <십계> 중에서 

 


*대작인듯 대작아닌 대작같은 영화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의  스케일은 정말 어마무지합니다. 이집트 궁전의 엄청난 웅장함과 고대 도시의 재현은 정말 영화 사상 최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태프들이 말하길, 최대의 것을 보여주면 스콧 감독은 항상 그 이상을 원했다고 할 정도니까요. 등장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의 화려함과 디테일 또한 다른 영화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거장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그만한 프로덕션이 제공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세트와 의상에 관한한 지금까지 제작된 영화중 단연 최대규모라고 할 정도니까요. 

 

 

물론 전투씬 또한 대단합니다.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대규모 전투씬은 단연 압권입니다. 그리고 이집트에 불어닥치는 10가지의 재앙... 피로 물든 나일강, 악어떼, 개구리떼, 파리떼, 메뚜기떼, 우박비.... 그것이 이처럼 실감나게 재현된 영화가 있을까요? 아마 지금까지도 없었을 것이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세 이야기의 백미는 단연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이죠. 티비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홍해의 일어선 파도가 이집트 병사들을 덮치는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이고 명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보러 가는 것만으로도 티켓값 절대 아깝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장면이 스케일이 크고, 스페타클하긴 한데 말이죠,
왜 감동적이지 않죠? 
제가 어릴 때 본 영화 <십계>(1956년작)에서는 이 홍해 갈라지는 장면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었는데, 왜 그런 걸까요? 영화 <십계>에서는 성경에 나오는대로 모세가 지팡이로 바다를 치면, 바다가 쩍------- 하고 순식간에 갈라져 길을 만들어주 양 옆으로 거대한 파도벽이 언제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화 <십계> 중에서

 

그 바닷길 사이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건널 때조차도 파도가 언제 덮칠까 불안해소 조마조마 했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의 다 바다를 건네갈 무렵, 이집트 군사들이 바로 뒤까지 쫓아왔을 때 촤악----하고 파도가 그들을 덮칠 때 느껴지던 그 카타르시스는 정말...  

 

영화 <십계> 중에서

 

그게 이번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에서는 왜 느껴지지 않는 걸까요?

옛날 영화인 <십계>에서의 CG는 많이 촌스럽고 어설픈 반면, 이번 영화에서의 파도 CG는 제대로 리얼한테 말이죠. 물론 실제 성경에서도 모세가 지팡이로 바다를 치면 광풍이 불어 하룻밤동안 바다가 갈라진다고 나옵니다. 그런면에선 스콧 감독은 나름대로 성경의 리얼리티를 살렸다고 봤을 수도 있지요. 근데 왜 구지 하필이면 이 장면에서 리얼리티를 살린 걸까요? 모세가 지팡이로 딱 치면 바다가 쩍-하고 갈라져야, 그래야 흔히 말하는 '모세의 기적'인데.... 쩝. (이 장면에서 실망한 사람은 저뿐일까요? ㅎㅎ)

*영웅인듯 영웅아닌 영웅같은 모세스
 

 

앞에서 했던 얘기와 다소 중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모세스의 캐릭터입니다.

 

모세의 출생의 비밀, 그가 하나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가 가나안 땅에 이르게 했다는 것은 성경에 나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점들은 그의 배경과 행동과 업적일 뿐이고, 영화에서 볼 것은 그의 캐릭터이죠. 배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은 이 영화의 모세스에게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모세의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에서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었다고 말이죠. 

 

 

주연배우인 크리스천 베일이 그렇게 말했고, 그래서 배역을 맡았다고하니 딱히 반론할 말은 없습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번 영화에 나온 모세가 훨씬 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인간적인 면이 부각된 모세스가 저 개인적으로는 딱히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영화 속 캐릭터로서의 모세스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요? 사실 별 기대를 안했는지도 모릅니다. 성경에 나오는 모세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신의 전령'이자 '메시아'이므로 사실 쫌 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영화 <십계>에서의 모세


하지만 적어도 이번 영화에 나오는 모세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에 나오는 모세스는 신의 전령이나 메시아가 아니라 그저 '혁명을 이끄는 장군'같은 모습으로만 보이니까요.

 

 

 

 

 

그가 영화내내 지팡이 대신 칼을 들고 나오는 모습만 봐도 그렇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가 단 한번도, 심지어 이집트 군대가 뒤에서 죽일 듯이 쫓아오고 앞에는 홍해바다가 놓여있는 그 절대절명의 상황에서조차 그는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 한번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다름 아닌 '모세'인데도 말입니다.

 

 

 

 

성경 외적인 측면에서 그냥 영화적인 입장에서만 보더라도, 정말로 간절하게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 자에게 일어나는 기적은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그가 정말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탈출과 구원을 간절하게 원했다면, 홍해 바다를 맞닥드린 그런 상황에서 어찌 그리 담담할 수 있을가요? 그저 "난 이들을 이끌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나보다" 하고 바다를 향해 칼을 던지고 별다른 대책도 없이 좌절한 채 잠을 자는.... 어떻게 그러고 말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은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모세스의 간절한 기도가 없었기에, 이 장면은 어쩐지 맥이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람세스는 킹그랩을 먹는다 

생각보다 관람후기가 길어졌네요. 
자, 그럼 이제 본 포스팅의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바로 람세스가 먹는 킹그랩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모세스 VS 람세스의 대결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람세스는 모세스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인물입니다. 

세티왕
모세스, 람세스
너희들은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친형제와 다름 없지.

서로를 지켜주거라.

 항상....


영화의 홍보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형제처럼 자랐으나 적이 된 남자들의 대결을 다루고 있으므로 모세스 만큼이나 람세스의 비중도 큽니다. 성경에서는 유독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모세스와 람세스 역시 형제인듯 형제아닌 형제같은 사이입니다. 거기서부터 드라마가 시작되는 것이죠.

 

 

그런데 영화 초반, 이 람세스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비돔 마을의 총독이 람세스에게 모세스가 실은 히브리인이라는 첩보를 제공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람세스가 모세스에게 사실 여부를 묻는 장면인데요, 이 장면에서 람세스는 특이하게도 '킹크랩'을 먹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킹크랩은 

'북극해, 베링해, 알래스카, 캐나다의 태평양 연안 및 오호츠크해, 일본, 연해주, 우리나라 동해 등에 분포한다. 한국에 주로 들어 오는 킹크랩은 러시아산과 일본산이 주류이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집트는... 사막 같은 곳이고, 그런 곳에서, 냉동보관 방법도 없었을 그 옛날에, 킹크랩을 먹는다? 이거 신기하지 않습니까? ㅎㅎㅎ

 

 

 

 

 물론 당시 이집트의 왕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였고, 이집트의 문명은 인류의 4대 문명에 속하는 엄청나게 발전된 사회였던 것 만큼은 분명할 겁니다. 그런 문명사회의 절대권력자인 이집트 왕이 까짓 '킹그랩' 정도 못 구해 먹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저는 "와- 사막의 왕이 해산물인 킹그랩을 다 먹네?' 무지 신기했더랬습니다.

 

(저만 그런 건가요? 혹시 이집트에서 킹크랩 먹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아시는 분들은 댓글 달아주세요^^:)


아무튼 저는 람세스가 킹크랩 먹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킹크랩은 팔다리를 잘라내서 먹는 거잖아요.
그런데 왕이 킹크랩을 먹는다. 이거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모세스가 사실은 히브리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걸 추궁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한 메뉴치고는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왕은,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지만, 권력을 독점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왕권을 얻기 위해서, 또는 유지하기 위해서, 왕의 오른팔 왼팔들이 무참히 잘려나가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보아오지 않았습니까.

 

(이집트 왕조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에서 무수히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왕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부모, 형제, 친척, 신하, 누구를 막론하고 왕권을 위협하는 자가 있으면 무참히 처단합니다. 그래야 왕권이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킹그랩은 팔다리를 다 제거하면 몸통만 남습니다. 거대한 얼굴같은 몸통만 남죠. 이 모습이 '파라오' 석상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보통의 동물들은 몸통만 갖고는 살 수가 없죠. 하지만 몸통만 갖고 사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뱀'입니다. 

 

(아, 지렁이도 있군요^^;)

 

뱀이란 동물은 성서에서 참으로 나쁜 동물의 대명사로 나옵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쫓겨나게 꼬드긴 사악한 동물이 바로 뱀이잖아요. 그래선지 람세스는 영화 초반에 뱀을 좋아하는 걸로 나옵니다. 심지어 뱀의 독을 술잔에 타서 마시는 짓까지 하죠. 

람세스
술잔에 뱀 독을 조금 타서 마시면

  면역에 생겨서 독사에 물려도 죽지 않지.

 
 

영화에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람세스의 아버지, 세티왕은 독사에 물려 죽은 것처럼 나옵니다. 람세스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아버지가 독사에게 물려죽게 만든 것일까요?

 

람세스의 캐릭터로 봐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람세스가 괜히 뱀독을 술잔에 타서 마시고, 괜히 킹크랩을 먹는 게 아닙니다. 왕이 되기 위해선 아버지라도 죽여야하고,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선 친형제나 다름없이 자라온 모세스도 제거해야합니다. 마치 킹크랩의 팔다리를 잘라 먹어치워버려야 하듯이 자신의 아버지도, 친형제 같은 모세스도, 자신의 제국에서 과감하게 잘라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모세스를 심문하기 전에 킹크랩을 먹은 것은 아닐까요?

 

(물론, 람세스가 그냥 킹크랩을 좋아해서 먹은 것 뿐일 수도 있지요. 제 해석과 감독의 실제 의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람세스가 폭군이 된 이유

 

 

 

람세스가 그런 왕으로 된 자라게 된 데에는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히브리인들에게 악마와 같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람세스는 극중에서 자기 자식만큼은 끔찍히 아끼는 부성애를 가진 아빠로 나옵니다. 람세스가 코~ 잘 자는 아기를 보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람세스
아들아, 니가 왜 잘 자는지 아니?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그렇습니다. 
사실 람세스의 뿌리깊은 권력에 대한 독점욕은 그의 아버지에게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신이 왕의 정통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친형제처럼 자란 모세스가 모든 면에서 우월했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약간의 열등감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다가 람세스의 아버지 세티왕은 모세스를 따로 불러내어 아주 대놓고 이런 얘기까지 합니다.  

세티왕
사실 람세스보다는 모세스 니가

더 왕이 될 자격이 있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오롯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모세스와 비교되면서 자랄 수밖에 없었던 람세스. 그가 설사 이집트 왕의 아들이 아니라 평범한 집의 자식이었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남과 비교를 당하면서 자란다면 아마 올곧게 자라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말귀도 못 알아듣는 갓난 아들에게 항상 그런 식으로 자신의 서운했던 점을 이중적으로 드러내는 말을 한 겁니다.  

 

람세스
아들아, 니가 왜 잘 자는지 아니?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나는 제대로 자본 적이 없어.

물론 그 다음 말은 영화 속에 나오지 않지만, 충분히 짐작할 순 있지요. 

"왜 제대로 자본 적이 없냐구?

 

단 한번도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지."

모세스와 같은 인물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인물입니다. 신의 선택을 받지 않고서는 아무나 될 수 없는 인물이지요. 그렇기에 그는 세상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생지옥에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는 일을 어찌 감히 아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을 구할 지도자를 세우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모세스

여러분은 그동안 저를 믿어줬습니다. 
이젠 제가 여러분을 믿겠습니다. 
나를 따르면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이곳에 남으면 죽을 것입니다. 
두려워마십시오. 
신이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하지만 독재자나 폭군을 만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습니다. 특정자식을 편애하고, 뭘 해도 인정해주지 않고,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고, 그 아이가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으면, 그 아이는 자라서 람세스처럼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람세스

신은 나야.

내가 신이란 말이야!
이 모든 게 네가 한 일이 아니라고 했지?

네 잘못이 아니라고?
이제 누가 더 잘 죽이는지 보자고
너와 나 중에...

그러고보면 모세스와 람세스의 이야기는 결국 '제국에 맞서는 자'와 '스스로 신이 된 왕'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받고 자란 자'와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자', 두 남자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 <엑소더스 : 신들과 왕들>은 제게 그렇게 묻고 있는 거 같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고 있습니까?

받고 있다면,

누구로부터

그 사랑을 받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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