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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암살/ 맛있는 줄 알았는데 좀 쓴 커피처럼

by 파크라이터 2015.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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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2015)

Assassination 
8.4
감독
최동훈
출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39 분 | 2015-07-22
글쓴이 평점  




# 커피도 마시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측에 노출되지 않는 세 명을 암살작전에 지목합니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전문가 황덕삼!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조선 독립군 최고의 저격수라는 명성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게, 안옥윤은 아리따운 여성입니다.
민낯조차 너무 예쁜 탓에 독립군 남자사람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인이지만, 상관을 쏴 죽였다는 믿기 어려운 죄목으로 투옥되어 있는, 나름 반전 있는 여자이기도 하지요.



염석진
암살작전은 몇 번 해봤다고 들었는데

안옥윤
기억이 나질 않아서...
전 어디로 갑니까?

염석진
경성

안옥윤
잘 됐네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염석진
가면 뭘 해보고 싶은데

안옥윤
뭐 커피라는 것도 마셔보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뭐 일이 제일 중요하겠지만요, 염석진 대장님


독립군이 되지 않았더라면,
한껏 예쁘게 꾸민 모습으로 경성 거리를 누비고 다니며
coffee와 연애의 맛을 차차 알아갈 평범한 20대의 청춘이었을 그녀.
하지만 조국이 사라진 시대인 탓에
안옥윤에겐 커피도, 연애도,  '일(독립투쟁)'보다 중요하진 않습니다. 


커피 없이 살 수는 있지만,
애인 없이 살 수도 있지만,
나라 없이는 도저히 살 수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조국이 사라진 시대는 평범한 여인조차 비장한 투사로 만들어놓았습니다.



# 맛있을 줄 알았는데 좀 쓴 커피처럼

암살단의 '타게트'는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오구치 마모루와 최고의 친일파 강인국.
안옥윤은 비장한 각오를 품고 동료 암살단을 만나기 위해 일단 상해로 갑니다. 
암살단들의 접선 장소는 미라보 여관.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강렬한 향기가 옥윤의 코끝을 건드립니다. 
그것은 책에서만 보았던 커피!

미라보 여관의 1층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겁니다. 
옥윤은 자리를 잡고 앉기도 전에 벌써 커피를 한 잔 주문합니다.  

안옥윤
저도 커피요

생애 첫 커피 한 잔을 우아하게 마셔보는 옥윤.


안옥윤
(마음의 소리) 책에는 맛있다 나오던데...
(웨이터에게) 좀 쓰네요?

웨이터
설탕을 넣어야죠!

그때, 바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설탕을 넣는 모습이 보인다. 



옥윤도 그 남자가 한 것처럼 똑같이 커피잔에 설탕을 넣어본다.
설탕을 넣고나서 스푼을 입에 무는 것까지 똑같이.


그때, 프랑스 경찰관들의 들이닥쳐 불시검문을 실시한다.  
옥윤이 위기를 대비해 옷소매에 칼을 숨겨두는 사이, 
바에 앉아 있던 남자가 옥윤에게 다가와 불쑥 옥윤의 신발을 닦아준다.

안옥윤
뭐하는 거야?

남자
동포끼리 돕고 삽시다

뜻밖의 조선말에, 남자의 돌방행동에,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옥윤.
그러나 지금은 이 남자의 불손함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경찰이 다가와 신분증을 요구하자 중국인인 척하며 태연하게 옥윤의 옆에 앉는 남자.

남자
여보, 우리 신분증을 집에다 두고 왔던가?

경찰
너희 둘.. 정말 부부 맞아?

안옥윤
.....네. 


다행히 위기를 넘기게 된 옥윤과 정체 불명의 남자.
남자는 옥윤의 이름을 묻지만 그녀는 알려주지 않는다. 
남자는 그녀의 목에 스카프를 둘러 주고 자리를 떠난다. 

남자
잠깐이었지만 부부였는데, 
마누라 이름도 모르고 가네.

그렇게 남자는 먼저 카페를 나서지만 옥윤은 선뜻 따라가지 못합니다.   

생애 처음 커피를 마셔보는 그녀에게,
설탕은 넣어 먹는 법을 몸소 보여준 그 남자.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한 번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멋대로 다가와 남편 행세를 하며 어깨를 빌려준 그 남자.
그녀의 목에 총 대신 스카프를 둘러준 그 남자.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한 채 남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지만 
홀로 남은 옥윤은 커피 향보다 진한 어떤 운명의 향기를 느낍니다.  

독립군 최고의 저격수 안옥윤과 상해 최고의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
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렇게 커피 한 잔의 인연으로 시작됩니다. 
여자는 친일파를 죽이려는 암살단이 되고,


남자는 그 암살단을 죽이려는 살인청부업자가 되어,


쫓고 쫓기는, 죽고 죽이는, 알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 커피는 쓰고 설탕은 달지만 




충무로 대표 흥행감독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자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인 <암살>은 개봉 직후부터 전작 <도둑들>을 넘어서는 흥행신기록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네요.
무거운 주제를 너무 오락적으로 풀었다, 오락용 영화를 보자고 했는데 주제가 너무 어둡다, 등등
다소 상반된 평가가 '불호'의 대체적인 의견인가 봅니다. 
 
영화 <암살>에 대하여 영화평론가 허남웅씨는 
'유쾌함과 묵직함을 갖춘 대작'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런 한줄 평을 남겼습니다 

"미션임파서블처럼 풀어낸 독립군 이야기"





신념의 저격수 안옥윤은 친일파 암살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갑니다. 
암살작전에 임하는 그녀의 강한 신념과 깊은 애국심은 에스프레소보다 진할 겁니다. 
하지만 그녀가 어떤 흔들림도 없이, 어떤 감정의 혼란도 느끼지 못한 채,  오직 냉철하게 '일'에만 전념한다면, 그녀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입맛은 '좀 쓰기만' 하겠지요.


하지만 진한 커피처럼 쓰기만 할 수도 있었던 그녀의 인생에 종종 설탕을 뿌려주는 남자 '하와이 피스톨'이 있었기에 그녀와 그 남자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달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직 '조국광복'을 위해 '직진본능'으로 달려가는 옥윤에게 태클을 거는 하와이 피스톨이 조금은 못마땅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옥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며 태클을 걸기도 합니다. 

하와이 피스톨
매국노 몇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나?

안옥윤
그래도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옥윤의 대답은 분명 조선의 독립군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강한 신념일 겁니다. 하지만 독립군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한 여자로서 그녀가 진정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해방된 조국에서 하와이 피스톨 같이 멋진 조선남자와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자유롭게 연애를 하는 것.
아마 그런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달콤한 일상이지 않았을까요?
그녀가 진정 꿈꾸는 것은 전쟁에서의 승리 그 너머에 있을, 자유와 평화이지 않았을까요?



레지스탕스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로맨스를 넣는 이유도, 쓰디쓴 커피에 설탕을 타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 오락영화 치고 주제가 무겁다, 독립군 이야기를 가볍게 다뤘다, 그런 평가들이 아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암살>은 일단 재밌게 몰입해서 볼 수 있고, 영화를 달달하게 맛있게 보고 나서 후반부에 감독이 던지는 약간은 씁쓸한 이 영화의 주제나 메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간을 던져줍니다. 
인간에게 신념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그토록 목숨을 거는 것인지, 


인간은 왜 배신이라는 걸 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인지, 



인생의 단맛과 쓴맛에 대한 그런 문제들에 대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 말입니다. 


 

커피의 관점에서 보자면 영화 <암살>은 뜨겁고 진한 에스프레스 같은 영화는 분명 아닙니다. 
그렇다고 얼음 동동 띄운 시원하고 깔끔한 아메리카노 같은 영화도 아닌 것 같구요,
하정우와 전지현의 케미가 산다고 해서 달달한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영화라 하기도 힘들겠죠.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너무 쓰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게, 
커피에 설탕을 적절히 타서 달달하게 거부감없이 마실 수 있기는 하지만
달달한 맛 뒤에 씁쓸한 여운이 감돌아서 이것이 커피에 관한 영화라는 사실은 잊지않게 해주는, 
제가 느낀 <암살>이라는 영화의 커피 맛은 딱 그런 맛이었습니다. 


#여담1.

영화에선 미라보 여관에서 생전 처음 커피맛을 보는 안옥윤 역의 전지현.
현실에선 청담동 최고 명당 자리의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의 주인이지요.
영화와 현실은 이렇게 다르네요. ㅋㅋ




#여담2.

제 포스팅에선 안옥윤(전지현)의 커피에 대해서 주로 썼습니다만, 
촬영장에서는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씨 모두 스태프들에게 커피를 엄청 많이 쏜 모양입니다. 
영화에선 총을 엄청 쏘고, 촬영장에선 커피를 엄청 쏘고,
이래저래 참 멋진 배우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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