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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평생 그녀를 기억하게 하는 한 마디 - <번지점프를 하다> 이병헌을 당황케 한 그녀의 말은?

by 파크라이터 201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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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랑해?"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있는 남자라면 아마도 한번쯤은 어떤 여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혹시 그렇게 물어봤던 여자가 누구였는지도 기억나십니까? 정확히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그 여자가 그런 말을 했었나 안했었나 가물가물하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할 때 수많은 사랑의 대화를 나누겠지만 그걸 전부 다 기억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혹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면 그 또는 그녀에 관한 아주 작은 기억들조차 모조리 지워버리려 애쓸 겁니다. 그가 준 선물, 그녀와 찍은 사진, 주고 받았던 편지들, 함께 했던 순간의 기억들, 심지어 그 사람의 얼굴까지 가능한 한 다 지워버리려 하지요. 그런데 도저히 잊혀지지도 않고, 잊었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불쑥 그녀를 기억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그녀가 했던 말'입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나 사랑해?" 같은 그런 뻔하고 흔한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말. 그런 말이 있습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2001)

Bungee jumping of their own 
9.3
감독
김대승
출연
이병헌, 이은주, 여현수, 홍수현, 전미선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한국 | 101 분 | 2001-02-03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젊은 대학생 커플인 인우와 태희는 어느 날 함께 등산을 갑니다. 그리고 산중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가 산채비빔밥을 시킵니다. 밥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숟가락을 요리조리 보면서 장난을 치던 두 사람. 그런데 그때, 태희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태희
(숟가락 뒤집으며 장난 치다가 문득)
아! 인우 너 국문과지?

인우
응..왜?

태희
나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
젓가락은 ㅅ 받침이잖아? 
근데 숟가락은 왜 ㄷ 받침인거야?

인우
(당황)어-?

태희
수에 ㄷ 받침한 글자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내가 말을 안해-
근데 국어 사전 찾아보면, 
숟가락- 딱 하나밖에 없거든?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가면서까지 왜 굳이 ㄷ 받침을 한거야?
어차피 발음도 똑같은데, 숟가락도 그냥 ㅅ 받침 해도 되잖아-

인우
어? 어,그건.....음... 젓가락은..
(젓가락 들고) 이렇게 집어먹으니까 ㅅ 받침이고..
(숟가락 들고)숟가락은.. 이렇게 퍼먹으니까 ㄷ 받침하는거야... 
(숟갈 들어 보이면서) 봐, ㄷ자처럼 생겼잖아..

태희
(썰렁하다는 표정으로)
..너 국문과 맞어?

인우
(창피)어,야.. 그건...
그건 4학년 돼야 배워..

태희
(어이없다는 웃음)뭐..?

하는데 산채비빔밥이 나온다.
인우, 잘됐다- 싶어서 얼른 쓱쓱 비비기 시작한다.
인우는 후딱 비볐는데 태희는 늦다.

 

 

 

 



인우
(보다가 자기 것과 바꾼다) 이거 먹어.

태희
(생긋)고마워. (먹는다)

인우
(또 얼른 비벼서 한 입 가득 넣고 먹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아,있다!

태희
??

인우
수에 ㄷ받침한 낱말, 숟가락 말고 또 있다!

태희
그래? 뭔데?

인우
숟갈-!

태희
(어이없어 하다가 웃고 만다)

인우
헤-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 두 사람.

<번지점프를 하다>가 개봉한 2001년에 저는 27살이었는데 27년을 살면서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왔었으며, 심지어 국어국문과를 4년 동안 다녔던 저로서는, 그녀의 이 질문이 정말 충격적이며 신선했었습니다. 

젓가락은 ㅅ받침인데 숟가락은 왜 ㄷ 받침인가. 

<번지점프를 하다>을 보고 난 후 전 가끔 숟가락으로 밥을 비벼먹을 때마다 이 질문이 종종 떠오르곤 했습니다. 뭐 지금도 이따위(?) 포스팅을 쓰고 있으니 마찬가지겠죠. 누구나 하루 세 번이상은 보게되는 물건이 숟가락이다보니 "숟가락의 받침은 왜 ㄷ이야?"라는 질문이 자꾸 생각나게 된 것이죠. 그리고 나중에 네이버 검색을 통해 숟가락 받침이 왜 디귿인지 알게 된 이후에도, 숟가락 받침이 디귿인 이유는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숟가락을 볼 때마다 "그래, 숟가락 받침이 왜 디귿이냐고  그런 엉뚱한 질문을 했던 여자가 있었지. <번지점프를 하다>에 나오는 이은주(극중 이름은 인태희) 그 여자..."라는 그 기억만큼은 지워지지 않고 아직도 제 머릿속에 남아있는 겁니다. 하핫! 

영화 속 주인공 인우(이병헌)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밥 먹을 때마다 숟가락을 볼 때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겠지요. 심지어 그녀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그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인우의 가슴은 무척이나 아렸을 겁니다. 그런 아픔은 십 몇 년의 세월로는 쉽게 지워지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17년 후, 아직도 태희에 대한 아린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인우 앞에서,  태희가 했던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인우은 얼마나 덜컹! 심장이 주저않았을까요.  


수업중인 교실. 칠판에 
바라다 → 바램(X), 바람 , 사둔(X) → 사돈 등의
 판서 내용이 쓰여 있고

인우
(칠판에 써가면서 설명)
또 많이 틀리는 말이 ‘틀리다’와 ‘다르다’야-
‘나랑 넌 틀려’- 이건, 틀린 말이야.  
‘나랑 넌 달라’ 이렇게 말해야 맞아.
‘틀리다’는 건 ‘wrong'이고, ’다르다‘는 건 ’different' 니까-
또 ... 

현빈
(뒤에서) 근데 숟가락은 왜 ‘ㄷ’ 받침입니까-?

엉뚱한 질문에 아이들은 힘도 없이 헤- 웃는데
인우 얼굴이 순간 돌처럼 굳으며 
분필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딱-!” 소리를 내며 두동강 난다.
생각 없이 헤헤- 웃던 아이들, 깜짝 놀라고.
인우,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돌아보지도 못하는 채로.

인우
(애써 침착하게)..누구야...?

인우, 애써 표정을 누그러 뜨리며 천천히 돌아보면 
맨 뒷자리의 현빈이 난처한 얼굴로 한쪽 손을 반쯤 들고 있다.

인우
임..현빈...

현빈
(난처한)..죄송합니다..

인우
(침착하려 애쓰며)그게.. 왜 궁금하지?

현빈
그냥.. 궁금했습니다..
젓가락은 ㅅ 받침인데 숟가락은 ㄷ 받침인게 재밌어서요..
죄송합니다...

인우, 현빈을 뚫어져라 본다. 
넋이 나간 사람 같다.


그날 밤, 인우는 서재에서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숟가락' 페이지를 봅니다. 
17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에도, 인우는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걸까요?
물론 아닙니다. 다른 한 손엔 태희사진을 들고 들여다 보면서 담배를 뻑뻑 피우는 인우의 머리속엔 온통 사랑했던 그녀 태희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어떤 말은  한 사람의 기억속에서 영영 지워지지 않고 각인됩니다.


 



"젓가락은 ㅅ 받침인데, 숟가락 왜 ㄷ 받침이야?"라는 질문은  "너는 나를 왜 사랑하니? 라는 질문처럼 쉽게 답을  말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구지 이유를 설명하자면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구지 정확한 답을 꼭 말해야하는 그런 질문은 아니니까요. 사람이 사랑을 하는데, 무슨 이유가 있고 정답이 있겠습니까. 사랑하는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겠습니까?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제목처럼, 주인공 인우는 사랑했던 그녀 태희가 환생한 존재임이 분명한 현빈과 함께 뉴질랜드로 번지점프를 하러 갑니다. 그리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우리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너는 나를 왜 사랑하니?"라는 질문에 대해 이런 대답을 남깁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P. S.
'숟가락과 젓가락'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미리 퍼왔습니다. 
출처는 네이버 어학사전입니다. 


맞춤법/표기법(6건)

  • '숟가락'과 '젓가락'
    '젓가락'의 받침을 'ㅅ'으로 적는 것은 '젓가락'이 사이시옷이 들어간 말이기 때문입니다. '젓가락'은 '저(著)+ㅅ+가락'과 같이 분석됩니다. 사이시옷이 들어 있는 말이므로 '젓가락'으로 적는 것입니다. 'ㄷ' 소리가 나더라도 'ㅅ'으로 적는 경우로는 'ㄷ'으로 적을 특별한 근거가 없는 '덧저고리, 돗자리, 엇셈, 웃어른, 핫옷, 무릇'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끝소리가 'ㄹ'인 말에서 온 '반짇고리(바느질+고리), 사흗날(사흘+날), 이튿날(이틀+날)' 등은 'ㄷ'으로 적습니다. '숟가락' 또한 '술'(밥 한 술)과'가락'의 결합으로 볼 수 있으므로 '숟가락'으로 적는 것입니다.
  • '젓가락', '숟가락'의 표기
    '저'와 '가락'이 결합한 이 말에서 '가락'이 [까락]과 같이 된소리로 나므로, '한글 맞춤법' 제30항에 따라 사이시옷을 받치어 '젓가락'과 같이 적습니다. 그리고 '숟가락'의 '숟'은 본디 '술'이지만, 역사적 현상으로서 'ㄷ'으로 바뀌어 굳어져 있는 단어는 어원적인 형태를 밝히어 적지 않는다는 '한글 맞춤법' 제29항에 따라 '숟가락'과 같이 적습니다.
  • '숟가락'과 '젓가락'의 어원
    '숟가락'의 '숟'은 본디 '술'인데,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으므로, '숟가락'과 같이 적습니다. 한편 ‘젓가락’은 15세기에 ‘졋가락’의 형태로 나타난 말로, '젓가락<졋가락(←져+-ㅅ+가락)'의 과정을 거쳐 쓰였습니다.
  • 'ㄷ' 받침 단어
    본디 'ㄷ' 받침을 가지고 있는 '걷잡다(거두어 붙잡다), 곧장(똑바로 곧게), 낟가리(낟알이 붙은 곡식을 쌓은 더미), 돋보다(←도두 보다)'와 'ㄹ' 받침이 'ㄷ'으로 바뀐 '반짇고리, 사흗날, 숟가락' 등은 'ㄷ'으로 적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글 맞춤법' 제3장 제3절 제7항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간자', '용수(龍鬚)의 높임말
    국립국어원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간자’는 어른의 숟가락을 높여 이르는 말이 맞습니다. 그리고 ‘수염을 높여 이르는 말’과 같이 뜻풀이되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지 못하였습니다만, “용의 수염이란 뜻으로, 임금의 수염을 높여 이르는 말.”과 같이 뜻풀이되는 ‘용염(龍髥), 용수(龍鬚)’라는 단어는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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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신생아기 블로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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